골프캐디 없으면 안 되겠습니까?

2015. 11. 25. 17:21 일상

 

골프경기의 보조위원인 캐디에 대한 의존도가 대한민국만큼 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아마추어들이 흔히 생각하는 캐디는, 클럽을 갖다주고 그린경사도를 읽는데 도움을 받으며 코스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에 대해 도움을 받는것 정도인데, 남자끼리의 플레이에서는 '한명의 여자' 로 인식되거나 단순한 심부름꾼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몇달전의 박 뭐시기 전 국회의장의 성희롱사태만 봐도, 캐디의 존재가 어떤 의미로 인식되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15번째 클럽이라고까지 불리며 경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에서의 캐디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느낌이다

남자끼리의 라운딩에서 남자캐디가 지정되면, 우울한 표정을 짓는 동반자를 보면서,캐디가 과연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캐디는 보조위원이다 그러나, 라운딩을 위해 필드로 나오면서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은 캐디의 얼굴과 몸매다

내가 오늘 진행할 라운딩에 대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것인지는 한참 뒤의 문제이고, 내 농담을 잘 받아주고 얼마나 즐겁게 해줄 것인가에 더 집중을 하는 골퍼가 대부분이다

경력과 능력있는 캐디를 내심 크게 기대하는 필자 역시, 여자캐디의 얼굴이 남달랐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도 별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든 것이 사실이다

 

 

실망스런 외모의 캐디가 능력까지 상실했다면, 그 결과는 참으로 끔찍하다

망친 라운딩의 모든 책임을 캐디에게 과감히(?) 떠넘기는 동반자를 속으로 욕하면서도, 태만하고 능력없는 캐디에게 망친 내 라운딩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나자신을 보면서, 다시한번 '나도 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 적이 많았다

12만원이라는 나름 거액을 주면서, 능력없고 태만한 캐디를 만날 확률은 생각보다 높은편이다(능력있고 친절한 만족스런 캐디도 많지만)

그런데, 구지 돈까지 써가며 스트레스 받고, 망친 내 라운딩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도 못 지면서 12만원짜리 구실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얼굴과 몸매가 좋은 캐디는 18홀 내내 보고만 있어도 12만원의 값어치가 충분히 있는 것일까?

 

 

올 여름, 노캐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골프장에서 동반자 4명끼리만 진행되는 노캐디 라운딩을 경험해 보았다

일단 1인당 3만원이 절약되서 좋았고, 막상 진행해보니 처음 두개홀 정도를 빼고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두명의 동반자는 더운날씨에 클럽을 가지러 가는것 조차 힘들어해, 중간에라도 캐디를 고용하자는 호소가 있었으나 그냥 노캐디로 18홀 라운딩을 마쳤다

일단 제 3의 여자(?)가 없으니 쓸데없는 소리가 없어 플레이에 집중 할 수 있었고, 라운딩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도 떠넘길수 없으니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의 기회가 더 있을수 있었으며, 버릇없고 능력없는 캐디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캐디고용에 대한 어려움때문에 나름 고육지책으로 노캐디 라운딩 서비스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그 이외에도 노캐디로 얻는 이로움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일부 골프장에서만 추진하고 있지만, 점점 더 확산되어 노캐디 라운딩이 확실히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처음으로 방문하는 골프장 코스의 정보와 제원에 대한 이해도와 관련한 문제는,풀어야 할 숙제이긴 하다

캐디가 있어야 제맛? 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뭐 특별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지만, 과연 캐디를 어떤 의미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진지하게 묻고 싶다

충분한 교육을 거쳐, 플레이어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캐디만 존재한다면, 노캐디에 대한 내 욕심은 당연히 없어질 것이다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고, 비싼돈 내고 특별한 시간을 갖고싶은 기대감을, 캐디 한명으로 인해 날려버릴 가능성을 지닌채 라운딩에 임하고 싶지는 않다 고용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거창한 주제까지 챙길 여유가 필자에겐 없어,노캐디를 주제로 한 글에서 고용과 창출에 대한 문제까지 거론하시는 분들께는 본의 아니게 죄송하지만, '나는 골퍼다' 라고 자칭하는 분들께는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골프캐디 없으면 안 되겠습니까? 라고.